[신문으로 공부합시다]뇌를 깨우는 낭독과 필사
2019-07-30

소리내어 책 읽고 글씨 베껴쓰면
독해력 늘고 어휘력 등 풍부해져


얼마 전 서점에 다녀왔다. 그곳엔 유명한 시인의 시를 필사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 여러 종류 전시돼 있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의 필사용 시집을 한 권 샀다. 첫 장을 열어 한 자 한 자 정성껏 써 나가다 보니 가장 느리게 읽는 독서법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교사로서 첫발을 내딛었을 때가 지금부터 36년 전 일이다. 6학년 학생 중에서도 한글 읽기는 가능하나 문맥을 이해하지 못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었다. 그때 사용한 방법이 소리 내서 읽기와 교과서 필사였다. 나름 효과가 좋았다.

소리 내서 읽기를 낭독이라고 하고 보고 베끼기를 필사라고 한다. 낭독과 필사의 효과는 이미 여러 사람이 입증한 효과 좋은 학습법이다. 연극에서도 근래에 들어서는 낭독극이 많이 공연된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소설이나 희곡을 적당한 음향을 섞어서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읽어 준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몰입도가 높다.

나는 낭독에 대한 좋은 추억을 하나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께서 피천득의 수필 `인연'을 읽어 주셨다. 뜨거운 7월, 어느 오후 시간에 낭랑하게 울리던 국어 선생님의 목소리가 졸음 속에서 첨벙대던 우리의 정신을 일으켜 세웠던 기억이 있다. 훗날 교사가 됐을 때 그때의 기억으로 시나 동화를 학생들에게 종종 읽어 주곤 했다. 학생들은 그 시간을 기다렸다.

낭독은 우선 책 읽는 재미를 가지게 되며 읽는 과정에서 감정 표현력이 향상된다. 소뇌를 활성화해 기억을 촉진하며 집중력이 높아진다. 정확한 한글 읽기 능력을 기르고 자신감이 생긴다. 발표력과 표현력을 기르며 새로운 언어를 습득한다. 독해력이 향상되며, 글쓰기 능력이 좋아진다.

필사는 문장을 깊이 있게 이해하며 글쓰기 경험을 간접 체험함으로써 문식력을 기른다고 한다. 필사는 깊은 독서다. 좋은 글을 필사하다 보면 저절로 좋은 언어에 노출되면서 풍부한 어휘력으로 말의 품격이 높아진다.

언제부터인가 책 읽는 소리가 사라졌다. 컴퓨터 기계의 발달로 손으로 글을 쓰는 일이 귀찮은 일이 돼 버렸다. 학교 교육에서도 필사를 할 수 있던 유일한 받아쓰기나 보고 쓰기가 과거의 교육이란 이름으로 금지되다시피 했다. 과거에는 한글의 획순을 정확히 알고 썼다. 이제는 한글 자음과 모음의 획순도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 같아 겁이 난다.

국어 교육의 목표에도 한글을 유창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아름다운 한글문화를 향유하는 능력을 기른다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낭독과 필사는 뇌를 깨워 학습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동시에 아름다운 한글을 예술로서 향유하게 하는 좋은 경험이다. 일상에서 낭독과 필사를 통해 아름다운 한글문화를 즐기며 살아가기를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