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펼쳐놓고 `NIE 학습'…우리말이 쉬워졌어요
2019-10-24
◇홍천 오안초교(교장:이해규)의 다문화 학생 14명은 강원일보를 활용한 NIE 수업을 통해 꿈을 키우고 있다. 홍천=최영재기자

농촌·다문화가정 자녀
언어·표현 능력 `쑥쑥'

홍천 오안초교 1학년 9명 중 4명 다문화가정 아이들
NIE 통해 국제문화 이해도 높여 글로벌 인재 육성


강원도 농촌은 최근 몇 년 사이 `다문화 시대'의 상징이 됐다.

현장에서 본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은 저출산·고령화 시대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 마을을 지켜가는 새로운 아이콘이자 지역의 미래 인재로 성장하고 있었다.

심훈의 `상록수' 주인공인 `박동혁'과 `채영신'이 농촌계몽활동에 나섰듯이 강원도 농촌지역에서는 많은 교장, 교사가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등 `21세기형 상록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21일 방문한 홍천 오안초교의 1학년 교실. 전체 학생 9명 중 4명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었다.

이정원, 김종현, 이영미, 김봄소리 등 4명은 수업과 협력 활동 등 여러 분야에서 전혀 뒤처짐이 없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아 칭찬했다. 특히 학생들은 창간 74주년을 맞은 강원일보를 활용한 NIE 수업을 통해 다양한 사례조사를 하면서 언어능력을 향상시키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 교육청 `다문화 중점학교'로 선정됐지만 다문화 학생들을 따로 모아 수업하지 않는다. 1년간 모든 학생이 어우러져 국제문화탐구동아리를 운영하며 매주 세계 각국의 나무 장난감 놀이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문화 학생 중 7명이 `어머니의 나라' 언어로 말하는 `이중언어대회'에 참가했다. 특히 6학년 지수빈(13)양이 필리핀 타갈로그어로 발표해 최우수상을 받는 등 이중언어 말하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문화탐구 동아리는 교육청 우수동아리에 선정돼 내년 1월 베트남으로 `해외문화체험'을 떠난다.

지수빈양은 “지난 6년간 잘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많이 배웠고 모교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 주최 미술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8차례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지양은 “웹툰작가가 돼 한국과 엄마의 나라인 필리핀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이 학교 출신인 이해규(54) 교장은 2016년 모교 발전을 위해 교장공모제를 통해 부임했다. 그는 “한번도 다문화 학생들을 별도의 관리대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영양교사와 의논해 이날 점심 메뉴를 카레로 정하고 이것이 인도의 요리라고 설명하며 자연스럽게 세계 각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로 어울려 생활하며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것이 이 교장의 교육 철학이다.

홍주원 홍천교육지원청 장학사는 “앞으로의 교육과정에서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이 우리 지역의 큰 일꾼, 글로벌 인재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학급 내 다문화 학생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아지고, 나이가 어릴수록 비율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홍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홍천지역 초·중·고교 학생(6,021명) 중 다문화학생 수는 377명으로, 6.3%가량을 차지한다. 전국적으로도 다문화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홍천=최영재기자 yj5000@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