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공부합시다]도움이 필요할 땐 `1388'

한외숙 강원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팀장

2019-09-17

가출·학업중단·인터넷 중독 등 고민
청소년·가족 위해 24시간 전화 상담


얼마나 많은 사람이 `1388' 전화를 이용하고 있을까? 1388 전화는 청소년은 물론 청소년과 관련해 도움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전화다. 전화로 간단히 상담받을 수도 있고, 내방해 상담자와 개별적으로 상담받을 수도 있다. 상담실 내방이 곤란한 상태라면 상담 직원이 직접 찾아가 상담하는 방문 서비스도 있다.

자녀의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할 곳이 흔치 않다. 자녀가 나쁘게 비칠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들어주는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기도 한다. “혹시 상담받은 기록이 남나요? 학교나 외부에 공개가 되나요?” 상담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불안한 부모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한번은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때문에 난처한 일이 있었다. 주변에서 조언이나 위로의 말이 있었지만, 여전히 마음은 체한 것처럼 답답했다. 억울한 마음도 들고 하소연하고 싶기도 하고 복잡했다. 그때 아는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야기 들었어요. 지금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전화했어요. 우리 아이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바로 그것이다. 상담실은 그런 곳이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곳. 곧바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사이다를 마신 듯 속이 뻥 뚫렸던 그날의 기분을 지금도 기억한다.

최근 중학생이 `죽고' 싶다며 울면서 전화를 했다. 퇴근하려던 발길을 돌려 당직자와 학생이 있는 곳으로 갔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 학생은 꺼이꺼이 울면서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일단 학생을 데리고 사무실로 왔다. 조금씩 진정이 되는지 학교와 집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토해냈다. 하루만이라도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는 아이를 억지로 보낼 수가 없어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는 단단히 화가 나셨다. “죽더라도 길에 내버려두지 왜 데려갔느냐? 오늘 들어오지 않으면 평생 오지 말라고 전해라. 너희가 책임을 져라.” 학생은 아버지의 반응을 전해 듣고 부들부들 온몸을 떨었다. 난감했다.

결국은 아이를 설득해 함께 집으로 갔다. 할머니께서는 울고 계셨고, 화가 난 아버지는 목청껏 소리를 높이셨다. 내담자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이대로 아이를 두고 나오면 그 이후가 걱정스럽잖은가? 아버지와 골목에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버지 역시 아이들을 키우는 일에 지치셨다. 특히 사고를 많이 쳤던 내담자 누이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막내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자 걱정이 컸고, 외부에서 보호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으니 순간 화가 치밀었을 것이다. 보슬보슬 비 내리는 골목에 서서 그렇게 한참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소리 질러서 미안해요.” 어두워서 표정까진 못 봤지만 아버지의 사과를 들으니 안심이 됐다. 내 자식의 치부를 누군가와 상의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나마 주변에 함께 고민을 나눠줄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청소년 상담사의 도움을 받고 싶거나 답답함을 나누고 싶다면 국번 없이 1388로 전화하면 된다. 1388 전화는 언제든지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