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공부합시다]위로 나누며 함께 자라는 청소년

한외숙 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팀장

2019-08-13

또래상담자 친구와 상담 통해
서로 격려하며 고민 함께 나눠


청소년 상담센터는 여름이 바쁘다. 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의 내방상담도 그렇지만 특히 내가 맡은 일 중에는 대규모 캠프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또래상담자 한마음축제라는 1박2일 캠프가 있었다. 학교에서 또래상담자로 활동하는 중고생 150명으로 이뤄진 집단이다.

사람들은 고민이 생기면 가까운 친구들에게 말하기 마련이다.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 돕기 좋아하고, 말을 편안하게 잘 들어주는 아이들을 뽑아 상담교육을 가르친다. 간단한 고민들은 들어주고 또래 수준에서 격려해주면 된다. 좀 심각한 사안들은 선생님이나 전문가를 찾을 수 있도록 정보를 주거나 혼자 가기 어려우니 함께 움직여준다.

청소년들, 참 고민이 많다. 친구관계에서 오해가 생기면 학교를 다닐 수가 없고, 공부하기 싫으니 미래도 걱정이다. 가족 간에 불화가 심각한 아이도 있고, 콤플렉스 때문에 외톨이로 지내기도 한다.

근심 걱정이 있을 때 하소연할 대상이 있으면 그나마 숨통이 트이지 않는가? 말할 친구가 있거나 상담실 선생님을 찾아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다. 이럴 때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가 내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주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의 안정을 찾고 다시 도전해 볼 기운을 찾게 된다. 또래상담자 아이들은 그렇게 주변 친구를 위로해주는 역할을 배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본인이 먼저 성장하곤 한다.

청소년들의 캠프는 에너지가 넘친다. 아이들은 물벼락을 맞기도 하고 소리 높여 구호를 외치면서 친밀해져 갔다. 새로운 사람에 대한 어색함은 사라지고 친한 동료가 된다. 레크리에이션도 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펼쳐지는 장기자랑 시간. 노래든 춤이든 시낭송이든 무엇을 하더라도 리액션이 최고다. 올해는 여중생 넷이서 유치원생이나 부를 법한 `토마토'라는 동요를 율동까지 만들어 불렀는데 그 반응이 가히 대단했다. 그들의 뻔뻔함에 다들 후끈 달아올랐다.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기차를 만들어 마주치는 모두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약간의 교육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들 역시 평범한 중고생들이다. 어쩌면 이들도 집으로 돌아가면 방문을 닫고 과묵해질지 모른다. “캠프 어땠나?” 물어보는 부모님에게 “그냥 그래.”, “몰라. 문닫고 나가.” 반항기 가득한 모습일 수 있다. 아이 같기도 했다가 어른 같기도 한 게 이 시기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름 적응하면서 성장하는 중이니까 ….

청소년 상담사로 살아가는 것이 때론 기운이 빠진다. 거친 눈빛과 불량한 태도로 일관된 아이를 만나거나 온갖 정성을 쏟아도 변함없이 같은 문제를 반복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치곤 한다. 그래도 매년 여름이 오면 목청 높여 함성을 지르는 작은 상담자들에게서 또 위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