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공부합시다]`함께 읽기'의 매력

서현숙 도교육청 파견교사·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 저자

2019-07-02

비경쟁 독서토론 해온 학생들
66% 독서 좋아하게 됐다 응답


문화체육관광부가 올 4월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 200개의 독서동아리를 지원했는데 올해는 400개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독서동아리 활동을 위한 공간, 독서 모임 전용 앱 개발 지원도 포함돼 있다. 사회적 차원에서 시민들의 함께 읽기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책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 하정우씨는 친구들과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료로 독서 모임 운영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이 생긴 것도 이미 몇 년 전이다. 도대체 함께 읽기에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나는 고등학교라는 공간에서 함께 읽기의 힘을 목도한 적이 있다. 그 아이들은 2018년에 고3이었다. 해당 학년 전원(216명)은 2년 동안 수업과 독서토론 프로그램에서 지속적으로 함께 읽고 비경쟁 독서토론을 해 왔다. 95%의 학생이 독서동아리 활동을 했던 학년이었다. 함께 읽어온 2년의 시간은 아이들의 영혼에 어떻게 아로새겨져 있을까. 설문조사를 해 보니 조금은 알 수 있었다. 79%의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중학교 때보다 책을 더 많이 읽었고, 66%의 아이들은 책 읽기와 독서토론을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함께 읽고 독서토론을 하는 것이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좋다고 답한 학생이 80%를 차지했다. 학생들은 독서토론을 하면서 친구에게 지지받고 사랑받는 것을 느낀 적이 있고(78%), 독서토론 활동은 즐거우며(77%), 공부에 도움이 된다(70%)고 했다. 또한 고등학교에서 중요한 진로 탐색과 설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답한 학생이 79%였다.

앞서 나열한 여러 가지 숫자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학생들은 책의 내용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아울러 함께 읽고 독서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마음은 흔들리고 삶은 변화했다. 친구와 서로의 삶을 응원했고 무엇보다도 즐거웠다. 다양한 책을 읽고 대화를 하는 것은 공부와 진로 탐색에도 도움이 됐다. 어찌 보면 공교육에서 이뤄야 하는 본질에 가까운 성취가 아닐까 싶다. 영혼과 삶 뿐 아니라 학교도 바뀌었다.

대학 1학년인 선아는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독서토론을 시작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점차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생활기록부 특기·취미 칸에 독서토론을 쓰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것을 놀리는 친구는 없었습니다. 아마 모두가 그 즐거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독서토론은 습관이 됐어요. 시 한 편만 읽어도 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아졌어요. 마치 전교생이 수다쟁이가 된 것 같았어요”라고 말한다.

고등학생들이 함께 읽는 일은 쉽지 않다. 수행 평가, 학력 평가, 정기 고사의 틀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면 한 학기가 훌쩍 가 버린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비경쟁 독서토론의 맛을 본 아이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오롯한 즐거움을 알게 된다.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일의 매력, 누군가 나를 지지해 주는 마음 든든함.

그래서 어떤 학생이 이런 명언을 만들었던 것이다. `독서토론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평생 알 수 없는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