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공부합시다]우리는 왜 신문이 필요할까

사회적·경제적 문제점 직접 찾아 대처방법 등 스스로 사고 가능해

2019-03-26
송연숙 시인·상서중 교사

연초, 신문을 스크랩해서 보관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인터넷을 뒤지면 금방 얻을 수 있었지만 종이 신문이 원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나는 근무하는 학교에서 신문을 구하려 했다. 그때서야 우리 학교는 이틀이 지나야 신문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 우편으로 신문이 배달되기 때문이다. 순간 나는 문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섬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 점이 묘하게 좋은 것이다. 이틀 느리게 오는 신문, 반을 접고 다시 네 등분으로 접힌 자리가 선명한 신문을 펴면 느리게 가는 시간이 만져질 것 같았다.

인터넷이 발달된 요즘은 종이 신문의 필요성이 그렇게 간절하지는 않다. 시간 날 때마다 즐겨찾기 해 놓은 신문 5~6개 정도를 읽는 것이 일과 중 하나다. 화면을 쭉 훑어 보다 관심 가는 제목이 보이면 그것만 클릭해서 보니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인터넷 신문은 시간을 만지며 사색하는 느낌보다 툭툭 클릭해서 빨리 해치워야 하는 조급증마저 느끼게 한다.

이참에 교무실에도 종이 신문을 넣어 달라 건의했다. 종이 신문을 천천히 넘기면 이런저런 생각이 샘물처럼 고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세상이 주는 새로운 소식이란 것이 그리 급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르치는 과목이 `기술·가정'이다 보니 교과 특성상 신문 활용 수업을 많이 하게 된다. 명절이 끝난 후에는 세대 간, 남녀 간 갈등을 유발하는 명절의 모습을 찾아 제시하고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노년기 단원에서는 노인들의 심리적·경제적· 사회적 문제점을 찾아보고 개인과 사회에서 어떤 도움을 줘야 할지, 데이트폭력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스스로 찾아서 발표하게 한다.

오늘은 신문을 통해 한옥의 우수성에 대한 공부를 했다. 지속 가능한 주생활과 관련해 한옥의 장점과 단점을 찾아보고 어떻게 현대에 맞게 적용할지도 발표하도록 했다. 과제를 주기 전 꼭 신문에서 자료를 찾으라는 단서를 붙였다.

“왜 꼭 신문이어야 하나요?” 질문하는 아이들. “인터넷에는 수없이 많은 정보가 있는데 그중에는 잘못된 정보도 많단다. 그래도 신문이 제공하는 정보가 가장 정확하고 신뢰할 만하지.” 나는 이렇게 대답해 줬다.

나는 주제만 제시해 줬을 뿐인데 학생들은 스스로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발표하며 자신의 생각을 키워 나가고 있었다.

교무실 상자에는 날마다 신문이 쌓여 간다. 손이 닿기도 전에 이미 낡아버린 소식들이지만 어느 날 나는 이 신문을 펼쳐 놓고 필요한 자료를 보물처럼 찾는 수업을 할 것이다. 신문을 넘기고, 자르고, 붙이는 아이들 손끝에서 샘물 같은 생각들이 고이고 흘러 강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지니며 성장해 갈 것을 나는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