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공부합시다]“표현할 줄 아는 학생 길러내야”

조연동 도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2018-04-17

적극·창의적 말·행동 인정받는 시대
학교·가정서 자신감·능력 양성 지원


침묵이 미덕인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는 과묵이 겸손이고 실력이었다. 자신의 말과 생각보다는 윗사람의 지시를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이 인정받았다. 전체가 하나 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산업사회에서 다양한 말과 생각은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공장에서 쏟아져 나온 제품을 생산·소비하는 산업구조에서는 말을 잘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보다 암기력이 뛰어나고 계산능력이 우수한 사람이 대우받았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암기력이 좋고 계산능력이 뛰어난 학생이 인정받았고, 사회나 기업에서도 그런 사람이 출세하는 환경에서 학교는 그 시대에 맞는 인재를 배출해야 했다. 창의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잘 듣고 잘 읽는 학생이 우수한 학생이 될 수 있었다. 침묵이 흐르는 고요한 교실에서 흐트러짐 없이 교사의 가르침에 집중하는 학생이 모범적인 학생이고, 그런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급이 모범반으로 인정받는 학교에서는 질문보다 맹목적인 암기가 좋은 교육이었다.

수업 시작 종이 울리면 학교는 수도원처럼 조용해지고 개미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쥐 죽은 듯한 학교가 좋은 학교였다. 그러한 조직 속에서 말이 많고 질문이 많은 창의적인 학생은 마치 길거리에 놓여 있는 두더지 게임 기계처럼 머리를 들고 나오지 못하도록 망치로 두들겨 맞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모난 돌이 정을 맞던 시대였다.

시대가 바뀌었다. 고도의 창의력과 융합·협업능력이 요구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학교를 향해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침묵과 순종이 미덕이던 시대는 가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말과 글로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정을 맞아야 했던 모난 돌이 진짜 실력 있는 사람으로 떠오르고 있다. 잘 듣고, 잘 읽고, 잘 외우는 사람들이 인정받던 시대는 가고 말 잘하고 쓰기를 잘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학교에서의 평가도 자신의 실력을 글로 표현하는 서술형 평가로 옮겨 가고 있다.

4차 혁명, 인공지능(AI)의 시대!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재를 찾고 있다. 두더지 게임처럼 망치로 맞으면서도 땅을 뚫고 올라와 머리를 내미는 용기 있는 사람,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자신 있게 표현할 줄 아는 실력 있는 사람, 혼자가 아닌 협업을 통해 집단지성의 시너지를 창출할 줄 아는 사람!

우리 학교와 가정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을 기르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쓸모없이 무겁기만 하고 덩치만 큰 브라운관 텔레비전과 같은 사람은 안 된다. 그런 사람은 급변하는 미래사회에서 창의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을 기대할 수 없다. 박물관이 아니고는 요즘 누가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구입하겠는가! 스마트 시대에 어울리는 스마트한 사람을 키우는 것이 학교와 가정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