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공부합시다]토론대회 나갈때 알아야할 것

김기섭 세종리더십연구가·김기섭토론연구소장

2017-07-04

`토론은 소통' 청중들과 교감하라
말의 뼈대에 논리의 살을 붙여라
상대의 주장이 아닌 증거를 반박


지난달 정부의 한 단체에서 주최하는 토론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토론 심사는 힘들긴 하지만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주장과 논리가 팽팽하게 맞부딪칠 때는 불꽃이 튀고 이를 지켜보는 일은 흥미진진하다. 2,400여 년 전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말을 했다. “말로서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부끄럽다.”

이번 대회에서 얻은 아이디어와 심사위원으로서 지금까지의 경험을 추린 내용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토론의 목적은 소통임을 잊지 말자. 토론대회의 목적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토론자들은 상대 토론자, 심사위원, 청중들과 교감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토론 팀들은 교감 없이 준비한 자료를 읽기에 바쁘다. 토론은 낭독이 아니다. 토론은 언어적, 비언어적 소통 둘 다 필요하다. 토론 내용이 언어적 소통이라면 내용을 생생하게 만드는 건 비언어적 소통이다. 즉, 전달할 내용과 함께 얼굴 표정, 자세, 눈맞춤, 제스처, 목소리, 발음 등이 같이 어우러져야 한다.

둘째, 토론자들은 3~4분 안에 자신들의 주장이나 제안을 표현해야 한다. 3말법은 제가 권장하는 말하기 방법이다. 한마디로 뼈대를 세운 뒤 말하는 것이다. 먼저 본격적인 주장에 들어가기 전에 대강의 그림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저는 사형제도 폐지에 찬성합니다. 그 이유를 세 가지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앞에서 언급한 이유를 증거와 함께 하나씩 말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지금까지 주장한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다.

셋째, 반박 즉 반론은 토론의 꽃이다. 입론과 질의응답에서 드러난 상대 팀의 문제점을 짚어내야 한다. 반박을 할 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는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주장이 아니라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와 증거의 잘못된 점을 반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유와 증거에 초점을 맞추면서 구체적인 자료, 데이터를 가지고 반박해야 효과적이다. 세 번째는 반박은 창과 방패 둘 다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창은 상대의 주장, 논리의 허점을 날카롭게 찌를 때 쓰고, 방패는 상대가 반박해 온 것에 대해 재반박할 때 쓴다. 토론의 승패는 반박, 재반박에 이어 재재반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느 팀이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마지막으로 토론대회 주제, 즉 논제를 가슴에 품어야 한다. 참가자들은 논제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 이 논제가 나오게 된 배경과 의미를 고민해 봐야 한다. 토론대회를 경쟁적 측면으로만 보는 건 옳지 않다. 예컨대 균형 잡힌 사고력을 기르는 열린 장으로, 대회 주제를 가슴에 품고 공부하는 기회로 삼는 관점이 이것이다. 그러면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걸 얻어가는 교육의 기회가 될 테니까.